in

투자자들 뉴욕 증시 ‘귀환’…반도체 저가 매수가 상승 주도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개인, 스페셜리스트 등이 이날 첫 거래를 시작하는 업체의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AP 연합

반도체 종목들이 급락세를 딛고 상승 전환하면서 뉴욕 증시를 떠났던 투자자들도 다시 몰려들고 있다. ‘저가 매수’ 흐름 속에 미 정보기술(IT) 부문 주식 수요는 지난 한 달 동안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3일(현지시간) 일주일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주가 지수가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조그만 악재에도 시장 흐름이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S&P500 목표가 상향 조정 봇물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S&P500 지수 연말 목표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7800에서 8000, 씨티그룹은 2분기 기대 이상 기업실적을 이유로 81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등도 2분기 실적 시즌에서 확인된 실적 강세를 고무적인 신호로 보고 연말 S&P500 지수 목표가를 각각 8000선으로 끌어올렸다.

IT 주식 수요, 5년 만에 최고

투자은행들이 연말 S&P500 목표가를 앞다퉈 끌어올리는 가운데 투자자들도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50조달러 이상의 기관 자금을 추적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수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미 IT 주식 수요가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아울러 시장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에도 대거 몰려들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거시전략책임자인 마이클 메트카프는 미 기술주 거래가 “적어도 현재로서는 철옹성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정학, 경제적 노이즈(소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이만큼 탄탄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은 지금의 상승세가 경기 순환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이라는 생각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강세

이번 강세 흐름 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전통적인 빅테크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종목들이다.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인 마이크론은 이달 들어 15% 뛰었고, 샌디스크는 33% 폭등했다.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37%,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네비우스는 각각 40% 넘게 폭등했다.

수면 아래 가라앉은 우려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조금 누그러졌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에 대한 초기 수익화 징후가 포착된 덕분이다.

JP모건 글로벌 최고시장전략가(CMS)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는 분석노트에서 미국 증시의 “실적 흐름이 여러 업종에 걸쳐 탄탄하고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레버리지 후폭풍 등이 겹치며 전 세계 반도체 종목들은 심각한 매도세에 직면했었다.

우호적 환경

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예상을 밑돌면서 올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선회 우려를 가라앉혔다.

국제 유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미국이 ‘무기한’ 대이란 해상봉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14일 유가가 1.5% 안팎 상승하기는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지난달 고점인 배럴당 100달러에서 크게 후퇴했다. 배럴당 90달러에도 못 미치는 현 유가 수준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란전쟁 너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위험한 줄타기

월스트리트 강세론의 또 다른 징후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큰 폭의 시장 하락에 대비한 헤지 비용과, 상승 수혜를 받는 옵션 구매 비용의 차이를 나타내는 S&P500 ‘스큐(Skew)’ 지수가 이달 초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스큐는 옵션 시장에서 지수 폭락에 대비하는 보험료인 풋옵션이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가를 나타낸다. 이 지수가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것은 주식 하락에 대한 위험을 시장이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상승세 한 방향만을 보고 있다는 것은 조그만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 거시전략가 헨리 앨런은 “지금 시장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골디락스를 상정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성장이 탄탄하게 지속되고, 연준이 설령 금리를 올려도 소폭에 그칠 것이며, 중동 위기에 따른 공급 쇼크는 일시적일 것이고, 유가는 다시 떨어진다는 가정을 전제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완전히 우호적인 조건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오차 범위는 거의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악재 하나 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고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