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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증시 두 달 만에 최저..반도체주 ‘반토막’ 속출

2023년 11월14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한 시민이 닛케이지수를 표시한 전광판 앞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9일 전 거래일보다 1.49% 급락하며 약 두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 매물이 쏟아졌고 일본 대표 반도체 종목들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사례가 속출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30.73p(1.49%) 하락한 6만1434.1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7만2366) 대비 1만1000p 가까이 밀리며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리적 지지선인 6만선도 위협받고 있다.

이날 장 초반에는 전날 2500p 넘게 급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한때 700p 이상 상승해 6만3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25일 이동평균선 대비 괴리율이 8%에 달해 통상 과매도 기준인 5%를 크게 웃돌면서 저가 매수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증시 개장 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7.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인 64조6610억원에 미치지 못하자 실적 발표 직후 상승했던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서 장중 한때 19%까지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한국 코스피지수도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올해 들어 아홉 번째다.

일본 AI·반도체 관련주들도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일제히 무너졌다.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생산하는 무라타제작소는 장중 18% 넘게 급락하며 지난달 고점 대비 하락률이 50%를 넘어섰다. SUMCO와 이비덴도 반토막 수준까지 밀렸다.

AI 메모리 대표주로 꼽히는 키옥시아홀딩스 역시 장 초반 상승세를 반납한 뒤 15% 이상 급락하며 4만엔 아래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기록했던 상장 이후 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60%를 넘어섰다.

태양유전은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고, 소프트뱅크그룹(SBG)은 최고가 대비 낙폭이 49%에 달했다. 디스코와 야스카와전기도 40% 이상 떨어지며 ‘반토막 예비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알파벳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설비투자 계획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며 오히려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따라 AI 관련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 결정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T&D에셋매니지먼트의 나미오카 히로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닛케이에 “설비투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매우 냉담하다”며 “AI용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 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발생한 구마모토현 규모 7.1 강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쿄일렉트론은 구마모토 사업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건물과 설비의 중대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는 장중 13%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AI·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일본 증시 전반을 나타내는 토픽스(TOPIX)는 닛케이지수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 자금이 가격 인상이 가능한 식품주와 금리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주 등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토증권의 다베이 요시히코 투자조사부장은 “AI·반도체를 둘러싼 불안 요인이 여전히 많아 현재 주가 조정은 충분하지 않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어 일본 증시가 단기간에 바닥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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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