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구글 CEO, 대학교 졸업 축사서 AI 언급했다가 야유 받아
지난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앰허스트대 졸업식 모습.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학교 졸업 기간을 맞아 축사자들이 인공지능(AI)에 대해 언급했다가 졸업생들의 야유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의 급속한 발전이 청년층의 고용 불안을 자극하면서, 미국 대학 졸업식장에 초청된 IT 및 비즈니스 리더들이 졸업생들의 거센 야유 직면에 직면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BBC방송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에 축사자로 나섰다가 학생들의 야유를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BBC는 슈미트는 현재의 AI 붐을 40년 전 컴퓨터의 부상과 비교하며 AI의 미래 가치를 피력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조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갑작스러운 반발에 슈미트는 “많은 여러분이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장내를 달랬다.
그는 이제 막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졸업생들에게 “AI에 대한 여러분의 두려움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AI가 세계를 뒤흔들 것인 만큼 이 거대한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는 여러분이 AI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고민하고 미래를 만들어갈 차례”라며 축사를 마쳤다.
이 같은 청년들의 반발은 비단 슈미트 전 CEO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축사 중 ‘AI’를 언급하는 연사들이 학생들의 집단적인 적대감에 부딪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초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졸업식에서는 부동산 임원인 글로리아 콜필드가 “인공지능의 부상은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순간 청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또 미들 테네시 주립대학교 졸업식에서도 대형 음반사 ‘빅 머신 레코드’의 CEO 스콧 보르체타가 AI를 언급했다가 졸업생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보르체타 CEO는 “받아들이라. 말했듯이 AI는 도구일 뿐”이라고 응수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러한 졸업식장의 긴장감은 직장 내 AI 도입 확대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젊은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대학생들이 AI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위협이자 지적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루미나 재단과 갤럽이 공동 진행한 ‘2026년 고등교육 실태 연구’에 따르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업무 자동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전공이나 공부하는 분야를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AI로 대체되기 쉬운 초기단계 IT 기술이나 통계 분석 분야를 기피하는 대신,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인간 중심적인 학문 분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미국 성인의 절반인 50%가 일상생활에서 AI 사용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고 답했다. 반면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IT 관련 업무를 모방하고 대체하기 쉬운 영역일수록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 구조 재편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의 본격적인 진출을 앞둔 졸업생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과 거부감은 당분간 기술 확산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