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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공부 안 하면 바보"…19조 팔아치운 외국인, '탈출' 아니었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까지 한국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형 헤지펀드 행사 ‘손(Sohn)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에서 한국 증시가 주요 유망 투자처로 집중 조명됐다. 이 행사는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이 모여 핵심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다.

월가가 한국 증시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대비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다. 행사에 참석한 파텐트 파트너스의 에두아르도 마르케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투자 기회는 한국 증시에 숨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AI 산업의 성장성을 믿더라도 미국 주식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6배로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9배)보다 훨씬 저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언급했다.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 전반의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플레전트레이크 파트너스의 조너선 레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총 400억 달러(약 6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며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중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소비 시장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개인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열기도 뜨겁다. 미국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이 지난달 출시한 메모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불과 한 달여 만에 60억 달러(약 9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이 ETF의 자금 유입 속도는 올해 초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초기 기록을 웃도는 수준이다.

접근성도 크게 개선됐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가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주식 투자법과 종목 분석 글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건 밈 코인이 아니라 한국 주식 시장이다”라며 한국 증시의 수익률을 조명하는 해외 투자분석가의 글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글로벌 자금 유입 기대감 속에서도 이달 들어 국내 시장에서 19조 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탈출’이 아닌 ‘차익 실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증권 권순호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비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형주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비중이 커지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익 실현의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왔음에도, 전체 지분율은 31%에서 38%로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