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지금 들어가도 늦은 건 아니겠지?”
점심시간 식당 테이블에서 주식 얘기가 나오자 30대 직장인 A씨가 이렇게 말했다. 맞은편에 앉은 동료는 “현금이 없으면 마이너스통장이라도 써야 하나 고민된다”고 했다. 급락장 뒤 증시가 다시 오르자, 한동안 줄었던 ‘빚투’ 고민도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국내 증시는 반등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6257.45에 마감했던 코스피는 10일 6299.66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737.35에서 854.47로 상승했다. 코스피는 0.67%, 코스닥은 15.88% 올랐다.
지수가 다시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떨어질 때는 무서워서 계좌를 줄였지만, 오르는 종목을 보면 현금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신용거래나 마이너스통장을 떠올리는 투자자도 나온다. 그러나 빚을 낸 투자는 수익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손실과 이자 부담도 커진다.
지수 반등하자 다시 늘어난 신용융자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 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7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보다 3761억원 늘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4179억원으로 하루 전보다 1조141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증시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 부족과 반대매매 우려로 잔고가 줄어든다.
최근 흐름도 비슷했다. 급락장에서는 신용잔고가 줄었지만, 지수가 반등하자 다시 빌려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넣었으면 회복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A씨는 “지난번 하락 때 무서워서 일부를 팔았는데, 며칠 뒤 다시 오르는 걸 보니 허탈했다”며 “현금이 있으면 더 사겠는데 없으니 대출 생각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월급으로 갚아야 하는 투자금
문제는 빌린 돈의 성격이다. 자기 돈으로 산 주식은 하락해도 버틸 여지가 있지만, 신용거래는 상환 기한과 담보 비율을 봐야 한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예전에는 신용을 쓰면 수익이 빨리 날 줄 알았다”며 “막상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보다 증권사 알림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날이 와도 생활비와 카드값이 먼저 빠지니 대출 투자금을 갚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마이너스통장도 마찬가지다. 주식 계좌에서는 투자금처럼 보이지만, 은행 계좌에서는 매달 이자가 붙는 빚이다.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는 주가가 제자리만 가도 이자 비용이 수익률을 깎는다.
특히 단기 반등을 기대하고 들어간 투자라면 판단 시간이 더 짧아진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살지 고민하고, 내리면 손실을 확정할지 버틸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시장을 계속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값·대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5월 ‘국내 증시 신용거래 현황 및 시사점’에서 신용거래가 상승기에는 매수 수요를 키우지만, 하락기에는 반대매매를 통해 매도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거래는 시장이 오를 때 투자 심리를 자극하지만, 주가가 내려갈 때는 손실을 더 빠르게 키우는 구조다.
빚을 낸 투자는 종목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빌린 금액과 이자율, 상환 기한, 담보 비율이 모두 비용이 된다. 생활비까지 투자금으로 들어갔다면 손실은 다음 월급과 카드값, 대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B씨는 “주가가 오르면 대출 이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그런데 떨어지는 날에는 이자까지 같이 생각나서 더 조급해진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반등장은 다시 투자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금이 부족한 투자자가 빚으로 따라 들어가면 계좌 변동성은 생활비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A씨는 “안 사면 또 놓칠 것 같고, 빚내서 사자니 월급날이 겁난다”며 “요즘은 종목보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부터 계산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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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