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결과 근무평정에 반영 탓
동료 온정주의로 감독 관리 허술
경찰관 현장대응 역량 저하 우려
기사 내용과 상관 없는 경찰의 체력시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찰 조직에서 재직 경찰관 상대로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체력시험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인다. 복장 준수 규정이 있는데도 정장을 입고 조깅 수준으로 100m를 달린다거나 악력 수치를 부풀려 만점으로 기재한다는 등의 목격담이 나온다. 시험 결과가 근무평정에 반영되다 보니 기록을 재는 동료 경찰관이 응시자에 ‘온정’을 베푼 결과라는 지적이다.
20일 경찰공무원 직장훈련 규칙에 따르면 치안감 계급 이하의 경찰관은 매년 10월까지 연 1회 정기적으로 체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치안감은 치안총감, 치안정감 다음으로 높은 계급으로 11개 경찰 계급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2024년 기준 전국에서 치안감 이하 경찰관은 13만 여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체력시험 대상자다. 다만 만 55세 이상 또는 경무관 이상 경찰관은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 경찰관이 종목별 측정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엉터리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를 지적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A씨는 “체육복 입고 체조까지 하며 시험을 치르는데, 한편에서 정장 입고 100m를 조깅하는 모습을 보면 힘 빠진다”고 말했다.
B씨는 “본인의 악력이 최고일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그래도 점수에 반영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석대로 하는 사람도 있는 만큼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C씨는 “감독관에 따라 인정받는 점수가 다르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1㎝만 내려가도 카운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5㎝ 이상 내려가야 1개로 인정하는 감독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체력관리 규칙에 따르면 체력시험은 4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100m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교차 윗몸일으키기, 악력 측정 등이다. 달리기할 때는 간편한 복장으로 준비하고, 팔굽혀펴기는 팔은 직각, 몸은 수평인 상태에서 5㎝ 이상 내려가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3년간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0점 처리된다.
경찰관들이 현장대응 역량점검을 위해 매년 실시하는 체력시험을 연례행사로 치부하는 등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시험 결과는 근무성적 평정의 기초로 활용하는 데도 감독관 역시 같은 경찰관이다 보니 동료 간 ‘봐주기식’ 시험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 감독관을 초빙하는 등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경찰이 체력 향상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 적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체력시험을 주관하는 외부업체를 부르면 전국에서 각기 다른 업체를 부를 수밖에 없어 이 역시 형평성 확보가 어렵다”며 “사격훈련 때 정해진 근무복을 무조건 입어야 하는 것처럼 체력시험 때도 복장을 구체적으로 정해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huni@fnnews.com 백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