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갈등 관리’ 방점
300억弗 관세인하 합의했지만
쟁점인 희토류 中 발표서 빠져
대만 논의했지만 양측서 제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립문서보관소 박물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관람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곳에서 미·중 관계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물을 살펴보는 것으로 사흘간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AFP연합뉴스
23~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은 무역 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타결을 미룬 채 첨예한 현안들을 일단 유보시키는 갈등 관리 차원에 방점을 뒀다. 해결하지 못한 핵심 현안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마이애미 G20 회담으로 넘겼다. 양측은 각각 공식 발표를 통해 회담 성과를 강조했지만 핵심 현안에서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우선 무역 분야에서는 300억 달러(약 40조8000억원)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와 무역·투자위원회 가동 등에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인 희토류는 중국 측 발표에서 아예 빠졌다. 11월 만료되는 ‘무역 휴전’ 연장 기간은 단 2달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 만료까지를 요구하는 중국은 무역 압박 카드를 놓치 않으려는 미국을 대상으로 희토류 등의 카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3일 오는 11월 만료되는 중국과의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대화 채널 구축에는 합의했지만 공동 규범 마련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 문제도 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측 모두 회담 발표문에는 넣지 않았다.
■무역 분야 실질적 진전 없어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고, 미국은 무역 압박 등을 계속 손에 쥔 형국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무기 판매 중단과 대만의 독립 불용 발언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하며 양측 발표문의 차이는 핵심 무역 갈등 사안에서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공식 설명 자료인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26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양국이 ‘존중·공정·대등에 기반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정상회담의 ‘8대 성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 당시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에 ‘존중·공정·대등’이라는 표현이 새로 추가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등한 대화 상대임을 강조한 것이다.
희토류 관련 이견은 두드러졌다. 백악관의 입장과 달리 중국측 회담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미·중, AI 분야에도 이견
백악관은 이와 함께 농산물·어류·해산물·원목·목제품·의료기기 등 미국 수출품 등이 관세 인하 대상이라는 점과 중국이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미국산 석탄을 최소 1000만t씩 수입할 예정이라는 점 등은 백악관 팩트시트에만 포함됐다.
양측은 AI 분야에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11월까지 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SI’ 대신 기존의 ‘AI’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공동 연구나 공동 규범 마련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방안도 양측 결과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회담 과정과 이후 공개 발언에서 AI 협력의 범위를 놓고 온도 차가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대한 새로운 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밝혔지만, 시 주석은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며, 서로를 경계·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데 두 정상이 합의했지만 중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지원 중단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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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