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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유모차 끈 엄마들이 고맙대요"…서울대 복학생이 ‘그늘로’ 만든 이유

[‘그늘로’ 앱 개발자, 서울대 유민준씨 인터뷰]

그늘길 따라 걷는 ‘그늘로’ 앱, 폭염 속 다운로드 급증

서울 한낮 기온아 39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이어진 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그늘에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일부 지역 기온을 40도 위로 밀어 올렸던 폭염이 주말을 지나며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렇다고 더위가 완전히 물러간 것은 아니다. 한반도를 덮었던 열돔이 잠시 느슨해졌을 뿐, ‘찜통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10일 낮 서울 종로구의 최고기온은 34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이 이달 말까지 찜통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폭염에 호되게 데인 사람들은 더위를 피할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손풍기에 양산으로 중무장하는 기초적인 대책을 넘어, 무더위 쉼터나 냉방 시설이 갖춰진 대중교통 정거장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배포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스물세 살 대학생이 만든 그늘길 안내 앱 서비스 ‘그늘로’는 한반도를 폭염으로 달구던 지난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앱을 개발한 유민준씨(23)는 이날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주말 1만4000명이 다운로드 받아 누적 6만5000명이고 토스는 같은 기간 3000명이 다운받아 전체 1만5000명이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복학생이 만든 ‘더위’를 피하는 방법

‘그늘로’는 시간대에 따라 움직이는 건물 그림자를 지도 위에서 계산해 목적지까지 그늘이 가장 많은 길을 골라 이용자에게 안내해 준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걸을 수 있어 ‘뚜벅이’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특히 폭염이 절정에 달해 가장 뜨거웠던 지난 4일엔 하루 동안 2만여명의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민준씨가 개발한 앱 ‘그늘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그늘 많은 길’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 폭염에 지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그늘로’ 앱 갈무리

이 앱을 만든 사람이 바로 서울대 수학교육과 23학번 유씨다. 그는 지난 6월 군 복무를 마치고 오는 9월 2학기 복학을 앞두고 있다.

유씨는 “전역하고 복학을 준비하느라 학교에 몇 번 다녀왔는데, 수업이 끝나고 힐링 삼아 지하철역까지 걷던 길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그때 ‘이제 진짜 (앱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개발 계기를 설명했다.

앱 개발은 유씨의 오래된 취미다.

중학생 때 학교 시간표와 급식표를 확인하는 앱을 만드는 걸 시작으로,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자동으로 무음으로 바꿔주는 앱, 졸음을 깨워주는 공부 타이머 ‘깨우미’까지 만들었다. 하나같이 “쓰고 싶거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앱이었고 ‘그늘로’도 그 연장선에서 비롯했다.

혼자서 만들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지도 데이터가 문제였다. 국내 지도·보행망 데이터는 비쌌고 공개 데이터는 파편화돼 있었다. 유씨는 “자본 없이 저 혼자 쓰려고 시작한 앱이다 보니,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거나 협의해서 퀄리티 높은 자료를 얻을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불편함 없애주는 앱에 관심 ‘폭증’

2주만에 개발된 유씨의 앱은 폭염에 지친 대중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염 피하는 똑똑한 앱’으로 소개되면서 단숨에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유씨는 “토스에 공개하고 2~3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는데, 저도 몰랐다가 친구가 인스타 게시물을 보내주면서 (이용자 수가 늘어난 걸) 알게 됐다”며 “이용자가 늘어난 건 기뻤지만 앱 접속이 안 되는 등 대응과 후속 업데이트 측면에서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유씨는 개발자로서 폭염이 지나간 뒤에도 ‘그늘로’가 쓸모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 앱은 그늘길 뿐 아니라 도보 경로 자체를 최적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사와 계단, 혼잡도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해 검색할 수 있어 목적에 맞게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교통 취약자에게 유용하다.

유씨는 “출근길에 너무 잘 쓰고 계신다는 후기가 제 등굣길과 상황이 비슷해서 인상 깊었다. 또 어르신,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와 함께 걷는 부모님들이 활용해서 좋다는 후기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라며 “그늘길 경로는 노약자, 햇빛 알러지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자의 조건에 맞는 도보 경로를 찾아서 개인화된 이동 경로를 제공하는 만큼 힘들지 않게 완만한 길로 걷고 싶은 분들 역시 계속 사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보행망이나 지하도, 건물 및 대중교통 경로 등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구축해 뒀기 때문에 추후 계절에 관계없이 다양한 상황과 개인 조건에 맞는 경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6일, ‘그늘로’는 모바일 인덱스(위)에서 집계한 애플 앱스토어 기준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7일 애플 공식 앱스토어(아래)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무료 앱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다. /사진=모바일 인덱스 랭킹 캡처(위), 애플 앱스토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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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