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농지은행 예산 2조… 농지 매입·연금 수요에 1조 더 필요

내년 역대 최대 예산 편성했지만

은퇴·상속으로 매도 신청 급증

농식품부 “예산 증액 추진”

기획처 “이미 정부안 증가폭 커”

정부가 내년 농지은행 예산안을 역대 최대인 2조원대로 편성했지만 농민의 농지 매도·농지 연금 대기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1조원 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은행 예산 증액을 언급하며 ‘농심(農心)’ 달래기에 나섰지만 기존 정부 예산안의 절반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증액 규모가 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농어촌공사 내 농지은행은 농가 생애주기에 맞춰 7개 사업을 운영한다. 공사가 매입한 농지를 청년농에게 장기임대하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등이 포함된 ‘맞춤형 농지지원’, 농업인의 농지를 담보로 매월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농지연금’, 일시적 경영위기 농가의 농지를 공사가 매입해 부채를 상환하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이 중심이다.

11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대기물량은 약 3220㏊으로 추산된다. 여의도 면적의 11배, 축구장 4510개 크기다. 농민이 농지매도를 신청했지만 공사가 사들이지 못한 규모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예산 편성단가는 1㏊당 3억8500만원으로 3220㏊를 사들이려면 약 1조2397억원이 필요하다.

올해 8월 기준 농지은행 가입신청 대기는 3688건이다. 필요 재원은 약 403억원이다. 둘을 합치면 총 1조2800억원을 추가로 편성해야 하는 셈이다.

농지매입과 농지연금 모두 ‘대기’가 발생하는 까닭은 수요가 늘어도 예산은 정해져 있어서다. 고령농의 은퇴와 상속 증가로 농지 매도 요청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지가격 상승률 둔화 및 거래가 줄어든 점도 이유로 꼽힌다. 농지매입 예산 편성단가도 문제다. 1㏊당 3억원대인 반면 경기도의 경우 실제 매입에 드는 비용은 4억원대다. 농어촌공사가 농지 임차 수요가 가장 높은 경기 농지를 사들이려고 해도 예산 부담이 큰 데다 지역별 매입 상한 단가 규제가 있다. 더욱이 농지은행은 모든 농지를 무조건 매입하는 제도가 아니다. 소유자, 면적, 권리관계 등 여러 기준이 있다.

맞춤형 농지지원 내년 정부 예산안은 2조2617억원이다. 올해(1조8077억원)보다 4500억원 이상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2022년(7821억원)과 비교하면 5년 새 약 3배로 확대됐다. 농지전수조사를 고려한 ‘처분농지매입’ 8868억원까지 신규예산으로 담겼다. 농지연금 역시 내년 3444억원으로 올해(2766억원) 대비 678억원 늘었다.

내년 맞춤형 농지지원과 농지연금 정부안은 전년 대비 5218억원 순증했다. 하지만 예산 편성은 ‘대기수요’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1조원 이상 증액이 필요하다. 정부안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매입 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농지은행의 매입 물량과 수탁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예산이나 매입 기준 때문에 농지은행이 바로 (농지를) 사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 매입 대기물량을 줄일 수 있도록 내년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사를 더 이상 짓기 어려워서 임차인을 찾고 싶은 분, 장기간 임대를 원하시는 분, 농지를 팔고 싶은 분에게 농지은행이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기획예산처는 1조원 증액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농지은행 정부안의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또 처분농지매입 예산을 ‘전용’해서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등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농지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3가지 투기 유형을 제외하곤 처분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운 만큼 처분이 예상보다 적게 이뤄질 경우 남는 재원은 농지매입에 사용할 수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내년부터 농지관리기금 등 3개 기금이 통합된 농업발전기금을 재원으로 농지은행 예산이 지출된다. 농지 관련 예산 프로그램 내에 있는 사업들 간에는 서로 재원을 끌어와 쓸 수 있다”며 “일례로 처분농지매입 예산이 남는 경우 농식품부의 요청, 기획처와의 협의 후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이후 남는 예산을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에 쓸 수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7805470631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