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
소비자도 사회적 가치 기업 선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중기에 기술 이전 공정혁신 선도
선진국처럼 국제 공헌 확대 필요
기업의 사회공헌이 ‘기부’에서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 지원을 넘어 기업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흐름이다. 사회공헌이 비용이 아닌 ‘투자’이자 ‘경쟁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현재 사회공헌 모습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층 분석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사회공헌 패러다임 변화는 사회·경제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고령화 등 복합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정·ESG·소비 변화
한국의 공공복지 지출 비중은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에서 2024년 15.7%로 확대됐으며, 2030년에는 17.2%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 수요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정부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민간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한 배경이다.
기업 환경 변화도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기준 강화와 K-ESG 가이드라인 도입은 사회공헌을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고 있다.
소비자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딜로이트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64%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사회공헌이 브랜드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핵심 역량 기반 ‘전략형 사회공헌’
기업들은 이에 맞춰 사회공헌 방식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단순 기부를 넘어 기술·인프라·데이터 등 핵심 자산을 활용하는 방향이다.
대표 사례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생산관리·품질·자동화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에 이전해 공정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원 기업들은 생산성이 평균 50% 이상 향상됐고, 매출은 23.7%, 고용은 26% 증가했다. 사회공헌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처럼 사회공헌은 기업 활동과 분리된 외부 활동이 아니라, 사업 자체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수익+사회공헌’ 동시 추구
구체적인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공헌투자와 공유가치창출(CSV)이 대표적이다. 사회공헌투자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H-온드림’, 신한·SK의 사회적기업 투자펀드 등이 해당한다. CSV는 사업 자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는 지자체와 협력해 고령층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 복지와 물류 효율을 동시에 개선했다. 풀무원의 ‘바른먹거리’ 캠페인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구조적이라고 본다.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기업의 자산과 노하우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이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은 여전히 국내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0대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68.3%에 달하지만, CSR 활동 중 국제 공헌 비중은 6.3%(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약 25%)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국제 공헌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도 기업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 사회공헌 현황 공개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인도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순이익의 2%를 사회공헌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CSR를 하는 우리 기업들도 대개 순익의 2~3%를 넘기고 4~5% 정도를 한다”면서 “강제보다는 권장과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