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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패권’에서 ‘전기 패권’으로…"AI 데이터센터, 안보 문제로 봐야" [fn 인사이트]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550조원을 투자해 18.4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전력·용수 인프라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8.4GW는 우리나라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약 100GW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니라, 국가 전력망과 에너지 안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최인철PD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18일 만난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인류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는 결국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기와 데이터’가 패권화되는 시대 온다

조홍종 교수는 에너지 패권의 중심이 석유에서 전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석유를 가진 국가가 패권을 쥐었다면, 앞으로는 청정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전기는 이제 핵심 전략자산”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전혀 다른 수준의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기를 약 10배 더 쓴다”며 “검색창에 AI 답변이 붙는 것만으로도 기존 검색보다 전기를 30배 가량 더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조 교수는 “갑자기 AI 데이터센터가 몰리자 주민 전기요금이 오르고 소음·환경 문제가 발생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라며 “미국에선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네 전기는 네가 직접 가져오라(Bring Your Own Power)’라고 대응했다”라고 전했다. 빅테크가 발전소와 송전망을 직접 부담하라는 의미다.

중국은 더 공격적이다. 조 교수는 “중국은 이미 미국의 2.5배 이상 전기를 쓰고 있고, 내몽고 사막 등에 태양광·풍력을 어마어마하게 깔고 있다”라며 “중국 AI 기업들을 만나보니 전기를 사실상 거의 공짜로 공급받고 있었다. 국가가 전력, 연구개발, 인력, 데이터 규제까지 함께 풀어주는 구조”라고 전했다.

“한국도 독보적 경쟁력 가져…한국만의 인프라 갖춰야”

조 교수는 한국이 AI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이유는 반도체와 전력 기자재를 동시에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는 “중국을 제외하면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라며 “반도체, 변압기, 차단기, 전선, 발전설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서방 국가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데이터 주권과도 연결된다. 조 교수는 “우리가 빅테크 서비스를 쓰면 사실 미국 데이터센터와 미국 전기를 쓰는 셈”이라며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기업 데이터가 국내에 머물고, 기술과 데이터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망 운영과 AI 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선순환도 가능하다는 게 조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초 단위로 변동하는데 인간이 계속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전, 가스공사, 전력거래소 등 공기업이 보유한 에너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송전망 운영, ESS 위치, 발전기 운전까지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기는 더 이상 싼 자원이 아니다”라며 “원가를 반영한 요금 체계와 전력시장 제도 개선 없이는 귀한 전기가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는 곧 경제 안보이자 국방 안보, 미래 안보”라며 “한국은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를 결합한 전략으로 중국과 경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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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