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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밀크티’ 앓이 중인 베트남…제조업 이어 소비재까지 韓中전 판 커진다

F&B·화장품·패션·생활용품까지

中브랜드, 소비재로 영향력 확대

무신사·올리브영도 현지 출사표

K스타일 열풍 앞세워 공략 박차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지난 24일 오후 베트남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 중심가의 한 밀크티 매장 앞.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매장 밖까지 50m가 넘는 대기줄이 늘어섰다. 대학생 탐씨는 “한국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마시고 반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음료 맛뿐 아니라 컵 디자인과 매장 인테리어도 세련돼 SNS 인증샷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젊은 층 사이에서 ‘장원영 밀크티’로 불리는 중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차지(CHAGEE·王茶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호찌민에 직영 1호점을 연 차지는 1년 만에 현지 매장을 22개까지 늘렸다.

베트남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이 이제 소비재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중국 브랜드는 F&B를 시작으로 화장품·생활용품·패션·스마트 가전까지 베트남 소비자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중국 소비재가 성장하기에 유리한 시장이다. 3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하고, 1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기반으로 내수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SNS에 익숙한 젊은 소비층은 새로운 브랜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중국 소비재의 현지 확산을 가속하고 있다.

한국 유통기업들도 잇따라 현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베트남을 둘러싼 한·중 유통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제품 이제 감성과 트렌드까지 갖췄다

27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베트남 공략은 F&B부터 리테일, 가전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F&B에서는 초저가 아이스크림·차 브랜드 ‘미쉐’가 베트남 전역에 1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빠르게 점포를 늘리고 있다. 프리미엄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도 베트남식 전골 요리인 ‘러우’와 유사한 메뉴에 고급 식재료와 서비스를 결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대학생 하씨는 “부모님 생신이나 친누나의 상견례 모두 하이디라오에서 했다”면서 “베트남 젊은 층 사이에서 하이디라오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식당”이라고 말했다.

리테일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생활용품 편집숍 ‘콰이칸칸(KKV)’과 IP 캐릭터 굿즈 중심의 ‘오썸(OH!SOME)’은 주요 쇼핑몰에 대형 체험형 매장을 열었다. ‘라부부’ 열풍을 일으킨 팝마트(POP MART)는 2024년 호찌민 1호점에 이어 지난해 하노이 대형 쇼핑몰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하며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가전에서는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넘어 로봇청소기와 TV 등 사물인터넷(IoT) 생활가전으로 제품군을 확대했고, 리얼미도 대형 유통망을 기반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싸기만하다고? 중국 제품 ‘가성비 프리미엄’ 단계로

이같은 ‘C소비재’의 확산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중국 브랜드에 대해 과거 ‘저가 생산자(Low-cost Producer)’에서 디자인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가성비 프리미엄(Affordable Premium)’ 단계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연간 4963억달러(약 674조4717억원·GDP의 2.68%)에 달하는 중국의 R&D 투자가 제품 경쟁력 고도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제조기업의 베트남 생산기지 확대가 소비재 유통의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의 대 베트남 FDI 규모는 56억9600만달러로 국가별 2위이며 신규 프로젝트 건수는 전체의 31.45%로 1위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과 물류망을 확보하면서 중국산 소비재의 공급 속도와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유통망도 중국 브랜드 확산의 핵심이다. 약 3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싱가포르계 쇼피와 중국계 틱톡 등이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숏폼과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제품 노출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역사 문제와 공격적 확장 전략은 ‘리스크’

중국 브랜드의 소비재 확장이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역사·외교에 민감한 베트남 특유의 민감성이 소비재 시장에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부 브랜드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해구단선’이 표시된 지도나 홍보물을 사용하면서 베트남 소비자들의 반발과 불매운동이 발생했다. 관련 앱이 차단되거나 행정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아 영업에 차질을 빚은 사례도 있다.

빠른 점포 확장에 따른 운영 리스크도 나타나고 있다. 미쉐 등 일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단기간에 가맹점을 늘리면서 동일 상권 내 과당 경쟁과 점주 수익성 악화 논란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중국 브랜드 일부는 최근들어 공격적인 출점보다 기존 매장 최적화와 내실 경영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일부 저가 식음료 브랜드에서 제기된 위생·품질 관리 문제 역시 중국 브랜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가격과 확장 속도만으로 확보한 시장 점유율을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로 전환하려면 현지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신사·올리브영 등 K유통도 현지 출사표

중국 브랜드가 현지화와 운영 리스크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K유통기업들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8월 베트남 유통기업 아이멕스 팬 퍼시픽 그룹(IPPG) 산하 ACFC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트렌디한 K패션을 앞세워 패션에 민감한 베트남 2030세대를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와 달리 디자인과 K스타일을 기반으로 브랜드 차별화를 꾀한다.

CJ올리브영도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현지 실사단을 파견하며 진출을 검토했다가 미뤄졌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첫 오프라인 매장 출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국이 주도하는 숏폼·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접근법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확장 속도에 매몰되기보다 점포당 수익성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고, 현지 법규와 사회·문화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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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