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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선 최대 화두는 안보 [글로벌 리포트]

19년 집권한 네타냐후 정치 생명 시험대

가자전쟁 3년 ‘안보 실패’ 책임론 확산

하마스 기습 전 UAE의 경고 묵살 의혹

민심 돌아서면서 우파 진영도 거리두기

뇌물수수·배임·사기 ‘부패혐의 3건’ 기소

총리직 잃으면 감옥… 과도정부만이 살길

지난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모처에서 촬영된 총선 광고판에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경쟁 총리 후보들의 사진이 함께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이스라엘 26대 국회의원 선거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제 날짜에’ 진행된다. 정치 지형이 워낙 불안정한 탓에 1988년 이후 4년 임기를 채운 국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적 19년에 걸쳐 총리를 7번이나 역임한 인물이 있다. 바로 베냐민 네타냐후다. 역대 최초 8선 총리를 노리는 그는 연임을 자신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권자들은 양면전쟁을 벌이고 있는 네타냐후의 안보 능력을 의심하며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 동시에 비리와 병역 갈등 등 다양한 내정 문제가 네타냐후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연정조차 어려워진 네타냐후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가 본인 직위 및 기타 장관들을 포함한 정부 구성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120명의 국회의원 중 과반(61명)이 신임 투표를 통해 이를 허가해야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다수당의 대표 혹은 다른 정당을 설득해 국회 신임을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에서는 1개 정당만으로 국회 과반을 얻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국회의원은 전원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되며, 득표율 3.25%를 넘는 정당에 최소 4석의 의석이 주어진다. 이러다 보니 대형 정당이 정부를 꾸리려면 수많은 원내 소수 정당들과 연합할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경우 2022년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지만, 실제 득표율은 23%로 32석을 얻었다. 네타냐후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유지한 제37대 정부 역시 연립정부였고 2023년 가자전쟁, 올해 이란전쟁 덕분에 국회와 별도로 1973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임기(4년)을 다 채운 정부가 됐다.

그러나 리쿠드당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현지 매체 즈만이스라엘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당장 총선을 치르면 리쿠드당의 예상 의석은 20석에 불과했다. 리쿠드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의 의석도 총 51석으로 추정된다.

반면 최근 네타냐후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가디 아이젠코트 전 총참모장의 야샤르당 예상 의석은 24석으로 집계됐다. 야샤르당을 포함해 네타냐후 반대 정당들의 총 의석은 55석으로 예상됐다.

■안보에 대한 끝없는 불안

양면전쟁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의 올해 최대 선거 화두는 안보다. 지난 7일 가자전쟁 3주년을 맞은 이스라엘에서는 전국적인 추모 집회와 함께 개전 당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휴전을 시작했으나 여전히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미국이 주도한 2단계 휴전안(이스라엘 철군·하마스 무장해제)을 놓고 1년 가까이 다투는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 13이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3명 가운데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63%는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에 감행한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이란전쟁도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6월 17~20일 이스라엘 헤브루대학에서 36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92.1%는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이겼다고 답했다. 동시에 82.9%는 전쟁 초기 미국·이스라엘의 6주일짜리 합동 공습이 이스라엘의 장기 안보에 해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87.8%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일부분만 성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전쟁에서 대부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는 응답자는 12.2%에 불과했다.

두 전쟁에 대한 실망감과 안보 불안은 결국 네타냐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헤브루대학 조사에서 응답자의 72.5%는 외부 위협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네타냐후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56.4%는 네타냐후의 전쟁 운영을 “실패” 혹은 “나쁨”으로 평가했다.

■잘 되면 ‘8선’… 안 되면 ‘투옥’

네타냐후는 사실 전쟁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이미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 2019년 11월 네타냐후를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3건의 비리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네타냐후는 2023년 초부터 국회의 대법원 판결 뒤집기를 허용하는 등 사법부의 권한을 줄이는 이른바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같은 해 3월부터 네타냐후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비리와 사법개혁 논란은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전시 체제로 들어서면서 잠잠해졌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 하레츠는 지난달 8일 보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가자전쟁 직전에 하마스의 공격을 직접 경고했으나 네타냐후가 이를 고의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측은 즉시 관련 언론사를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으나 민심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네타냐후가 정권을 유지하려면 극우를 포함한 우파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하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오랜 전쟁으로 병력이 부족해진 네타냐후는 지난해부터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를 징병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하레디 계열 정당들은 지난해 네타냐후 연정을 이탈하더니 올해 국회 해산까지 시도하며 네타냐후와 대립했다. 아울러 우파 연합의 극우 진영은 네타냐후의 전쟁 수행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주요 외신들은 네타냐후의 미래에 대해 크게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10월 총선에서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면책권을 상실해 비리 및 전쟁 경고 무시 혐의로 체포돼 수감되는 것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사면 혹은 감형을 받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지난해 11월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비리 기소와 관련해 공식 사면 요청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그가 정계 은퇴를 조건으로 검찰과 형량 거래를 통해 실형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세번째 경우의 수는 이번 총선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박빙 승부로 이어지면서 연정 구성이 지연되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 경우 과도정부의 임시 총리 역할을 맡아 사법 처리를 계속 미룰 수 있다. 과거 네타냐후는 2019~2020년 사이 연정 구성이 계속 틀어지는 가운데 1년 넘게 과도정부 총리 직함으로 권력을 유지했다.

네타냐후에게 가장 좋은 네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 쌓은 정치 수완을 인정받아 총리직을 다시 맡는 것이다. 2009년 총선 당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우파 연합만이 연정을 완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페레스는 득표율 1위 정당(카다미당·중도) 대표가 아닌 득표율 2위였던 리쿠드당의 네타냐후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박종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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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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