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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닉 500만원 간다니까, 벼락거지 될까봐"…’낙관편향’ 매수본능 리포트, 증권사는 왜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애널들의 ‘낙관 편향’

100건 중 95건이 ‘주가 상승’…실제 달성률은 19%

기업이 주는 정보 의존… 증권사 수익과도 직결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으로 마감한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6월 18일, 전광판에 사상 처음으로 ‘9000’이라는 숫자가 찍혔고, ‘코스피 1만 시대’가 눈앞이라는 환호가 쏟아졌다. 그로부터 6주 뒤, 그 환호는 공포로 뒤바뀌었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며 전고점 대비 40% 가까이 증발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급락장의 속도에 투자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비관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시장을 낙관하는 건 증권사 보고서뿐

이었다. 오르는 장에서도, 무너지는 장에서도 증권사 보고서는 한결같이 ‘매수’ 의견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 보고서는 믿거(믿고 거른다)”는 자조가 나온 지 오래인 이유다. 그렇다면

증권사는 왜 이렇게 ‘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걸까.

2013년 이후 사라진 보고서의 ‘투자가치’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월과 5월 발표한 애널리스트 관련 보고서 두 편에 그 이유를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1월 발표한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보고서에서 국내 애널리스트가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한 상장기업 분석보고서 약 70만건을 전수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은 2013년을 기점으로 증권사 보고서에서 투자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투자의견 컨센서스가 높거나 목표주가에 내재된 예상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초과수익률이 관찰

됐다.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에 기업 가치의 미래 변화에 대한 정보가 실제로 담겨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 선임연구위원은

2013년을 기점으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가 사라졌다고 분석

했다. 2013년 이후 데이터에서는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정보를 활용한 어떤 포트폴리오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초과수익률이 관찰되지 않았고, 일부 기간에는 오히려 긍정적 투자의견을 받은 종목에서 ‘음의 초과수익률’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애널리스트의 추천을 따라 장기 투자를 해도 시장 평균을 넘어서기 어려워졌다는 걸 의미

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시장 효율성의 영향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에 담긴 정보 품질의 영향을 제시하고, 애널리스트의 정보우위가 감소하거나 낙관적 편향이 심화되는 경우 장기성과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2024년 증권사 보고서 중 투자의견 및 투자의견 변경 비중 추이 그래프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애널리스트의 낙관성, 정확성, 정보성’ 보고서

낙관 편향 속 ‘매수’만 즐비한 보고서

증권사 보고서의 투자가치가 소멸한 이유 중 하나로는

낙관 편향

이 꼽힌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공개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성·정확성·정보성’ 보고서에서 74만건의 증권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중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서

100건 가운데 95건이 주가 상승을 전제로 했지만 실제 목표주가 달성률은 19%

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의견의 90% 이상이 ‘매수’로 편중되면서 사실상 매도·비중축소 의견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또 분석보고서의 69%가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코스닥 상장기업 중 보고서가 발간되는 기업의 비중은 23%에 불과

하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이는 제공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기업의 실적발표 직후 분석보고서가 발간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독자적 정보 발굴·생산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했다는 진단

도 뒤따랐다.

증권사 보고서는 구조적 이해상충과 시스템 한계로 인해 애초에 과열을 경고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낙관성은 증권사 수익에 대한 기여도 제고, 분석대상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 등 이해상충 요소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 풀이했다.

리서치 보고서는 기업금융(IB) 주간사 자격 수주나 법인 고객의 주식 매매 수수료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IB 계약을 맺어야 하는 기업이나 대량 거래를 터주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종목에 ‘매도’·’비중축소’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 더구나

부정적 보고서를 발간하려면 정보 취득 경로가 차단될 위험도 감수

해야 하는 만큼, 제공 정보가 낙관적으로 편향될 소지도 커진다는 해석이다.

낙관 편향의 비용, 그리고 신뢰 회복의 조건

주목할 부분은 이런 낙관 편향에도 애널리스트 정보의 시장 영향력 자체는 여전히 확인된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의 낙관성, 정확성, 정보성’ 보고서에 따르면 낙관적 편향에도 불구하고 투자의견·목표주가·이익예측치의 변경은 여전히 유의미한 주가 반응과 거래회전율 변화를 일으켰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투자의견 상향과 목표주가 하향은 정보성이 제한적이다. 유의미한 수익률 변화를 유발하는 영향력이 큰 분석보고서의 비중 역시 10% 이내에 불과하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업무의 구조적 위축에 대응하여 제공 정보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과 상장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뢰 회복의 조건

으로 제공 정보의 정확성·객관성·유용성에 연계된 애널리스트 평가 및 보상 체계 도입, 그리고 정확성·객관성·잠재적 이해상충 요소에 대한 정보 공개 확대를 제언했다.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 강화와 함께, 기업 역시 부정적 평가를 객관적 분석의 결과로 수용하는 공시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편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참여자 역시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를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는 애널리스트 제공 정보의 낙관적 편향과 잠재적 이해 상충의 영향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며 “상장기업과 투자자는 애널리스트의 부정적인 평가와 전망을 객관적인 업무수행의 결과로 인정하고 비난하거나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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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