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강옥매 당신은 이제 나만 생각한다고 믿겠습니다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지난밤 잠도 자지 않고 땔감만 준비했나 봅니다 수탉도 울기 전에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했나 봅니다 핑계 삼아 흘리는 눈물도 흘리지 않게 매캐한 연기는 다 날려 보냈나 봅니다 이제 고운 숯불만 타고 있네요 명치끝에 붙어 있던 […] 더 보기
혈액암으로 별세한 배우 안성기의 소식은 혈액암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혈액암은 특정 장기에 종양이 형성되는 방식이 아니라, 혈액과 골수의 기능 이상으로 시작되는 질환이어서 병의 출발 지점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혈액암의 가장 큰 임상적 특징은 ‘비특이성’이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모두 초기에는 장기 손상이 아닌 조혈 기능의 미세한 변화로 시작된다. 이로 인해 피로, 미열, 식욕 저하, 체중 […] 더 보기
바티칸 시국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흔히 ‘천지 창조’로 불리지만, 미술사적으로는 구약성서 창세기의 서사를 아홉 개 장면으로 풀어낸 대형 프레스코 연작이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이 ‘아담의 창조’다. 이 장면은 단일 작품처럼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방대한 신학적·조형적 체계 속에 배치된 하나의 패널이다. 천장화 제작은 1508년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으로 시작돼 1512년에 완성됐다. 미켈란젤로는 본래 […] 더 보기
새해 첫날이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다. 이 곡은 오늘날 신년음악회의 상징처럼 굳어졌지만, 애초부터 새해를 위해 쓰인 작품은 아니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19세기 빈의 대중 문화를 대표한 작곡가다. 왈츠를 궁정과 사교장의 음악에서 도시의 일상으로 확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도 사후의 평가가 아니라 생전부터 그를 […] 더 보기
떡국은 한 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음식이지만, 본래부터 ‘가볍게 먹는 한 그릇’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떡국은 단순한 명절 음식이 아니라 곡식 소비 방식과 사회 질서를 함께 드러내는 음식이었다. 흰 가래떡을 국으로 끓여 나눠 먹는 형태는 새해의 정결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귀한 쌀을 공동체가 함께 소비하는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떡국의 주재료인 가래떡은 쌀을 찌고 빻아 길게 뽑아 만든다. […] 더 보기
겨울 솟대 강옥매 너를 기다린다 네가 떠난 모퉁이 그 길에서 바람이 잠들 때까지 눈이 시리다 이따금 바람이 살갗을 물어뜯어도 생치기가 나도 난 너의 오래된 눈빛을 기다린다 공중에 흔들리면서도 나를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너를 위해 눈보라가 내 몸을 흔들어도 구름조각이 홀로 지나가는 골목에서 눈을 뜨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지키는 것보다 더 […] 더 보기
연말을 앞두고 휴식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런데 며칠 쉬고 나서 오히려 몸이 더 무겁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는 휴식의 ‘양’이 아니라 ‘방식’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멈춤은 몸에 회복보다 혼란을 남기기 쉽다. 의학적으로 이런 현상은 ‘활동 중단 효과(deconditioning)’로 설명된다. 일정 기간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사람이 활동량을 급격히 줄이면 근육과 심폐 기능이 […] 더 보기
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의 작품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 중 하나가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다. 이 작품은 종교화를 넘어 서양 미술사에서 인간적 친밀감이 가장 잘 드러난 성모자 이미지로 평가된다. 상징과 교리를 강조하기보다 관계와 균형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라파엘로는 1483년 이탈리아 우르비노에서 태어났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회화 교육을 받았고, 이후 […] 더 보기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특정한 선율이 반복해서 소환된다. 헨델의 ‘할렐루야’다. 연주회장과 교회, 방송과 공공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는 이 합창은 이제 특정 작품의 한 악장을 넘어, 연말이라는 시간대 자체를 상징하는 음악이 됐다. 클래식 레퍼토리 가운데 이 정도의 공공성을 획득한 사례는 드물다. ‘할렐루야’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2부에 놓인 합창이다. 예수의 탄생과 수난, 부활을 다룬 이 작품에서 ‘할렐루야’는 이야기의 […] 더 보기
2025년 마무리 콘서트로 마련된 무대가 서울 대학로에서 열렸다. 지난 12월 23일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로키의 중심잡힌 토크 콘서트–소리·선·균형’은 퍼포먼스, 음악, 글씨 예술이 순서에 따라 이어지며 하나의 조화롭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중심잡기 예술가 변남석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 불가능해보이는 사물들로 이루어진 중심잡기 예술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했고,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박수와 감탄이 이어졌다. 이어서 […] 더 보기
굴은 겨울이 깊어질수록 식탁에 자주 오르는 해산물이다. 제철이라는 이유로 맛과 영양이 강조되지만, 굴은 동시에 겨울철 식중독과 가장 밀접한 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노로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어떻게 먹느냐’보다 ‘어떤 용도로 판매된 굴이냐’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굴은 물을 걸러 먹는 조개류 특성상, 해수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체내에 축적하기 쉽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례에서 굴이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 더 보기
렘브란트 판 레인은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다. 신화나 성서 이야기보다 인간의 얼굴과 감정을 집요하게 관찰했던 그는 당대에도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야경〉은 오랜 시간 오해와 해석이 겹치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 그림은 밤을 그린 장면이 아니라, 빛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 관습을 벗어난 결과물이다. 1642년에 완성된 〈야경〉의 정식 명칭은 ‘프란스 반닝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