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불기둥… 이성을 마비시킨 ‘FOMO’
남의 수익이 내 손실?… ‘기회비용’의 착각
추격 매수의 독배… 지금은 참아야 할 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파이낸셜뉴스] 금요일 자정, 손에 쥔 갤럭시 S26 울트라 화면 너머로 숫자들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 아마존. 이름만 들어도 아는 미국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무서운 폭등세를 연출하며 거대한 ‘불기둥’을 뿜어내고 있다.
타는 속을 달래려 시원한 갈아만든 배 주스를 연거푸 들이켜보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서늘한 박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조금 더 떨어지겠지’ 폭락을 기다리며 현금만 쥐고 있던, 혹은 10%의 수익만 보고 일찍 팔아치웠던 3040 부부들 입에서 결국 앓는 소리가 샌다.
“여보, 진짜 내 계좌만 빼고 다 오르는 것 같아. 지금이라도 나스닥 불기둥에 올라탈까?”
새벽의 정적을 깨는 이 조급한 질문 속에는, 벼락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3040 세대의 지독한 소외감과 자본주의 시장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새벽을 깨운 불기둥… 시장을 지배하는 전염병 ‘FOMO’
엔비디아 일일 주가 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사진=뉴스1
현재 글로벌 증시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단연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불안 증후군)’다.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나스닥의 주도주들이 폭발적인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식 커뮤니티와 직장 동료들의 단체 대화방에 연일 쏟아지는 수십,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 인증샷은 일종의 심리적 고문이다. 남들의 화려한 계좌를 바라보며, 당장 내 안전 자산을 모두 허물어서라도 불타오르는 주도주에 올라타야만 한다는 맹목적인 조급함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 보이지 않는 영수증… ‘기회비용’이라는 착각
테슬라 일일 주가 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사진=뉴스1
이번 주 영수증 브리핑의 대상은 지갑에서 빠져나간 신용카드 영수증이 아니다. 내 계좌에 찍히지 않은 수익, 바로 ‘기회비용의 영수증’이다.
3040 투자자들은 나스닥이 폭등할 때마다 “내가 한 달 전에 엔비디아를 샀더라면”, “그때 테슬라를 팔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법에 갇혀 존재하지도 않는 손실을 스스로 청구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남의 수익을 나의 손실로 착각하는 순간, 투자의 스텝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한다.
■ 추격 매수라는 독배… ‘자신만의 오답 노트’를 펼쳐라
행동주의 투자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감정에 휘둘린 뇌동매매와 추격 매수를 가장 치명적인 독배로 규정한다.
조급함에 등 떠밀려 불기둥의 꼭대기에 올라탄 자본은, 시장의 작은 파도와 변동성 앞에서도 쉽게 이탈하며 진짜 ‘확정 손실’을 만들어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식 앱을 켜고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투자 심리를 냉정하게 복기하는 ‘자신만의 오답 노트’를 쓰는 일이다.
나의 자본 배분 원칙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의 상승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광기인지 차갑게 분별해야 한다.
주식 시장은 결국 인내심 없는 자의 돈이 인내심 있는 자에게로 이동하는 거대한 심리 전장일 뿐이다.
■ 타인의 축제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주의적 닻’
뉴욕 증시.연합뉴스
밤새 열리는 미국 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는 없다.
그러나 남들이 나스닥으로 얼마를 벌었든, 그것은 나의 영수증이 아니다. 시장의 노이즈를 끄고 타인의 수익률 인증샷에서 눈을 돌릴 때 비로소 내 자산의 진짜 가치와 투자 궤적이 보인다.
조급함에 쫓겨 거대한 불기둥 속으로 섶을 지고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사이클을 이해하고 나만의 흔들리지 않는 자본주의적 닻을 내릴 것인가. 미친 듯이 폭등하는 나스닥 전광판은 오늘 밤, 3040 세대에게 감정을 배제한 가장 차가운 이성을 요구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